쓸모없다 밀쳐둔 것에, 이제야 눈이 간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언젠가 하자며 오래 밀쳐둔 것.
그림 한 점 앞에 멈춰 서는 일, 저녁의 음악 한 곡,
끝내 펼치지 못한 책 한 권.
쓸모를 묻지 않는 그것이
실은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 왔다는 걸,
이제야 알아봅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혼자 읽는 밤에도, 곁에는 먼저 걸어간 이름이 있다

깊은 밤, 혼자 펼친 책 한 권. 그러나 그 페이지 너머에는 같은 어둠을 먼저 건너간 이들이 있습니다. 수백 년 전 누군가 남긴 한 문장이 오늘 밤 내 곁에 앉아 말을 겁니다. 혼자 읽어도,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멀리 흐르는 강을 잊고, 우리는 자꾸 지름길만 찾았다

더 빨리, 더 짧게. 우리는 지름길만 익혔습니다. 읽지 않아도 요약이 있고, 듣지 않아도 정리가 있는 시대에. 그러나 강은 굽이돌며 멀리 흐릅니다. 질러가지 않기에, 마침내 바다에 이릅니다. 여기서는 천천히 가도 됩니다. 천천히여야 닿는 곳이 있으니까요.
모두가 앞만 바라볼 때, 우리는 자주 다른 곳을 그리워했다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달릴 때, 문득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적 있습니까. 줄에서 한 걸음 비켜서 바라보는 마음. 그것은 뒤처진 게 아니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곳을 그리워한 사람은, 그저 조금 먼저 다른 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다정한 말보다, 곁에 가만히 앉아주는 사람

힘내라는 말, 다 잘될 거라는 말. 때로 그 다정함이 더 외롭게 합니다. 정작 필요한 건 말이 아니라,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주는 사람 하나. 여기서는 당신을 다그치지도, 위로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곁에 있겠습니다.
낮에는 밥을 벌고, 밤에는 아름다운 걸 그리워했다

낮 동안 우리는 각자의 밥을 법니다. 지치고 부대끼며, 종일 쓸모를 증명하면서. 그러나 하루가 저물면 마음 한구석이 다른 것을 향합니다. 돈이 되지 않는, 그러나 나를 나로 살게 하는 무엇. 그 두 손을 다 가진 당신을, 여기서 맞이합니다.
이제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천천히

빨리 읽어라, 빨리 이뤄라, 빨리 따라잡아라. 평생 그 재촉 속에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곳에는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아무도 당신을 재촉하지 않고, 무엇도 당신을 뒤처졌다 하지 않습니다. 이제, 천천히